‘산조대전’ 전통의 맥, 흩어진 가락의 미학

권수빈 기자 / 기사승인 : 2025-02-12 09:3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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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서울돈화문국악당이 오는 3월 12일부터 30일까지 ‘산조대전’을 선보인다. 올해로 5년째를 맞는 공연은 우리 전통 기악 독주곡의 정수 산조(散調)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대표적인 국악 레퍼토리다. 산조의 뿌리와 계승을 재조명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사진=서울돈화문국악당

‘산조(散調)’는 ‘흩을 산(散), 고를 조(調)’라는 한자 그대로 흩어진 듯하면서도 내면의 질서를 지닌 음악이다. 19세기 말 민속음악의 토대 위에서 형성된 산조는 장단의 틀 속에서 연주자의 즉흥성과 개성이 살아나는 기악 독주곡이다. 정해진 악보보다는 가락의 흐름과 연주의 감흥이 핵심이다. 느린 진양조에서 점차 빠른 휘모리로 이어지는 구조를 가지며, 연주자는 가락을 흩트리듯 엮어내면서도 그 안에서 삶의 희로애락을 그려낸다. 그래서 흔히 ‘민속 기악의 꽃’이라 불린다.

거문고, 가야금, 피리, 해금 등 다양한 악기에 맞게 발전한 산조는 스승과 제자의 구전심수(口傳心授)를 통해 전승돼 왔다. 그래서 각 스승의 개성이 고스란히 담긴 ‘○○류 산조’라는 유파(流派)가 형성돼 있다. 한갑득류, 함동정월류, 박범훈류 등이 대표적이다.

산조는 한때 명창이나 명인들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젊은 세대의 연주자들이 계보를 이어가고 있다. 국립국악원, 대학 국악과, 각종 경연대회 등을 통해 유파별 기량을 계승하며 자신만의 해석을 덧입히는 세대가 등장했다.

이번 ‘산조대전’에는 그런 변화의 흐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부수석 김은수(한갑득류 거문고산조), 고령 전국우륵가야금경연대회 대통령상 수상자 유희정(함동정월류 가야금산조), 서울대 국악과 교수 김경아(박범훈류 피리산조) 등은 각 유파의 전통을 지키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더한 연주로 산조의 새로운 지평을 연다. 여기에 한민택(거문고), 곽은아(가야금) 등 중견 예인들이 참여해 산조의 스펙트럼을 확장한다. 명인의 품격과 젊은 예인의 열정이 한 무대에서 어우러지는 것은 이번 공연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다.

산조의 깊이를 함께 탐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3월 12일에는 ‘포럼: 산조의 경계를 그려보다’가 열려 산조의 형식, 유파의 변화, 현대적 전개에 대해 논의한다. 3월 29~30일에는 지순자 명인과 김상연 전남대 교수가 이끄는 ‘마스터 클래스’가 진행되어 산조를 직접 배우는 시간을 갖는다.

‘산조대전’은 2021년 첫 선을 보인 이후 매년 유파별 산조를 집중 조명하면서 ‘산조의 오늘’을 보여주는 무대가 되어왔다. 이태백 예술감독은 “산조가 들려주는 삶의 기억과 그 울림을 통해 전통음악의 깊이를 느끼고 그 소중함을 간직하길 바란다”는 메시지로 전통을 현재의 감각으로 잇는 다리 역할을 제시했다.

‘산조대전’은 전통음악이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지금도 살아 움직이는 예술임을 증명한다. 가락의 파편 속에서 삶의 리듬을 발견하고, 흩어진 선율이 다시 하나의 이야기를 이룰 때 산조가 들려주는 우리 음악의 진면목을 발견할 수 있다.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ppbn0101@newstimes.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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