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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연합뉴스 |
[뉴스타임스 = 우도헌 기자] 결혼과 이혼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인식에 뚜렷한 변화의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리얼미터가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5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이혼에 대한 태도가 한결 성숙해졌음을 보여주는 다수의 통계가 확인됐다.
과거 한국 사회에서는 결혼이 곧 삶의 필수 경로로 여겨졌으며, 이혼은 사회적 낙인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1인 가구 증가, 생애주기 변화, 가족 형태 다양화 등이 맞물리면서 혼인의 필요성뿐만 아니라 이혼의 정당성도 재검토되는 분위기다.
리얼미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과거보다 개선되었다고 답한 비율이 75.9%에 달했다. 성별로는 남성 72.5%, 여성 79.3%였고, 50대에서 87.0%로 가장 높았다. 이는 결혼과 이혼을 둘러싼 사회적 태도가 연령과 무관하게 변화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혼 소송 시 배우자의 중대한 유책 사유가 있는 경우 징벌적 위자료 제도 도입에 대해 81.4%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79.2%, 여성 83.5%로 대체로 비슷한 인식이었다. 이혼 시 혼인 기간 중 형성된 재산 외 경력단절·기회비용 상실 등을 고려해 재산분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에도 71.4%**가 동의했다. 이는 배우자 책임과 혼인생활 동안의 ‘보이지 않는 기여’에 대한 인정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인구 1000명당 이혼 건수를 뜻하는 조이혼율(crude divorce rate)은 약 1.8건으로 보고된다. 최근 수년간 큰 폭의 증가세는 아니나 일정한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혼인 대비 이혼율로 보면 2023년의 경우 혼인 건수 약 19만4000건, 이혼 건수 약 9만2000건으로 ‘결혼한 사람 중 약 47.4%가 이혼했다’는 수치가 제시되기도 한다.
이처럼 이혼 건수가 유지 또는 다소 감소하는 분위기이지만 내부적으로는 ‘혼인 기간이 짧은 이혼’보다는 ‘혼인 기간이 긴 부부의 이혼(예: 30년 이상) 증가’ 등의 구조적 변화가 진행 중이라는 분석도 있다. 결혼을 하고 얼마 안 돼 헤어지는 부부’가 줄어든 반면 오랜 혼인관계 이후 새로운 삶을 선택하는 부부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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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리얼미터 |
위자료란 이혼이나 혼인관계 파탄으로 인해 배우자가 입은 정신적·심리적 손해에 대해 지급되는 금전적 배상의 개념이다. 현재 한국 민법상 이혼 시 배우자 간 책임이 인정될 경우 위자료 지급이 가능하나 징벌적 위자료는 유책배우자에게 징벌적 성격을 갖는 고액 위자료 지급을 허용한다는 제도를 의미한다. 이번에 공개된 조사에서 81.4%가 동의한 것은 이혼 책임이 있는 배우자를 보다 엄격하게 책임지게 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아직 제도가 법제화된 것은 아니며, 기존에는 위자료 액수 자체가 상대적으로 낮고 실제 지급 사례도 많지 않은 양상을 보여왔다. 고액 재산가 부부의 이혼 소송에서 일부 위자료가 수십억 원대에 달한 사례가 보도됐지만 일반 부부의 경우 수천만 원 내외의 위자료가 많다는 지적이 있다.
한 가정법률상담소의 2024년 상담 통계에 따르면 여성 내담자의 이혼 사유 1위는 남편의 부당대우(폭력 등)(59.1%)였고, 남성 내담자의 경우 ‘기타 사유(장기별거, 성격차이 등)’가 54.0%였다. 이혼 사유 조사에서는 성격차이가 가장 많이 언급됐으며 경제적 문제와 배우자 부정 등이 그 뒤를 잇는다. 최근에는 여성의 경제적 자립 및 사회적 지위 향상, 개인의 가치관 변화로 인해 혼인 지속을 위한 희생 대신 개인의 행복을 중시하는 흐름도 커지고 있다. 이런 변화가 징벌적 위자료 등에 대한 공감대 확산과도 맞물린다.
이혼과 관련한 제도적 변화도 점차 논의되고 있다. 징벌적 위자료 외에 현재 민법상 배우자의 유책 여부에 따라 이혼 청구 여부가 달라지던 구조를 바꿔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파탄 난 경우 책임 여부와 관계 없이 이혼을 허용하는 ‘파탄주의’ 도입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러한 제도 전환은 저출산·고령화 사회에서 ‘혼인 후 남은 삶’에 대한 개인의 선택권 확대라는 맥락에서 이해 가능하다.
제도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위자료의 액수 적정성, 재산분할과 기여도 산정의 객관성, 양육비 미이행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의 과제가 남아 있다. 조사에서 양육비 미이행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67.8%에 이른다.
결혼이 선택이 된 시대에 이혼도 선택의 일부로 인정받고 있다. 혼인관계가 지속될 것이라는 가정하에 설계된 법·제도·사회적 관습이 변화하면서 결혼·이혼 모두가 개인과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을 새롭게 바라봐야 하는 시점이다. 우리 사회가 결혼과 이혼을 더 공정하고 책임 있게 바라보려는 움직임은 가족·성별·세대 간 불평등을 줄이고 각자의 삶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뉴스타임스 / 우도헌 기자 trzz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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