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T ZOOM:IN] 클래식과 대중의 다리를 놓는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

권수빈 기자 / 기사승인 : 2025-02-10 13: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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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클래식과 대중을 잇는 다리가 되고 싶어요.”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Danny Koo, 34)는 단 한 문장으로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을 요약했다. 정제된 연주복보다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클래식 연주자, 무대 위보다 예능 프로그램 속에서 더 많은 이들에게 친숙한 음악가이기도 하다. 이러한 활동의 목표가 인지도 확장에 있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편하게 클래식을 즐길 수 있도록” 클래식의 문턱을 낮추고, 그 안에서 새로운 청중을 만들어내려는 진심 어린 시도다.

1991년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난 대니 구는 어린 시절 드라마 ‘하얀거탑’을 보며 의사를 꿈꿨다. 고등학교 2학년, 우연히 참가한 예술제 무대에서 느낀 긴장감이 그의 진로를 바꿔 놓았다. 이후 그는 명문 커티스 음악원에서 수학하며 바이올리니스트로서의 길을 걸었다.

그의 경력은 전형적인 클래식 연주자의 궤도와는 다르다. MBC 예능 ‘나 혼자 산다’ 출연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얻은 뒤 각종 방송과 토크 프로그램, 유튜브 채널 등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클래식계의 아이돌’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처음엔 부담스러웠다는 이 호칭에 대해 그는 “아이돌이 나쁜 뜻은 아니지 않나. 팬들과 함께 성장하는 기분이 좋다”며 웃는다.

이런 행보는 클래식계의 고정된 틀을 깨뜨린다. 클래식 연주자들이 종종 무대 위의 예술만을 지향할 때 대니 구는 무대 밖의 대중에게 먼저 다가가려 한다. “한국의 많은 아티스트가 관객을 기다리기만 하는 것 같다”는 그의 말처럼 그는 클래식이 스스로 찾아가야 한다고 믿는다.

대니 구의 ‘클래식 대중화’ 실험은 2019년 시작한 ‘핑크퐁 클래식’ 무대에서 본격화됐다. 아이들에게 클래식을 공부가 아니라 놀이로 들려주자는 취지로 시작된 공연이 장기 프로젝트로 발전했다. 그는 “핑크퐁 클래식을 보던 아이들이 중·고등학생이 되어 제 리사이틀에 찾아오는 걸 보며 뿌듯했다”고 말한다.

클래식 무대뿐 아니라 재즈 공연, 팝 컬래버, 방송 무대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최근에는 MBC ‘TV예술무대’의 진행자로 발탁되며 클래식 전도사로서의 역할을 넓히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때로 “클래식의 진지함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그는 오히려 그 틈새에서 클래식의 새로운 가능성을 본다.

대니 구의 다음 무대는 ‘2025 롯콘 마티네 대니 구의 플레이리스트’다. 오는 3월 20일, 4월 17일, 5월 15일 세 차례에 걸쳐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이번 시리즈는 ‘낮의 콘서트’라는 뜻의 ‘마티네(Matinée)’ 형식으로, 오전 시간대에 커피 한 잔의 여유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이다.
 

사진=연합뉴스

대니 구는 “아버지 세대도 편하게 올 수 있는 클래식”으로 정의했다. 콘서트는 각 회차마다 ‘시네마’, ‘클래식’, ‘재즈’라는 테마로 구성된다. 첫 번째 공연에서는 ‘오즈의 마법사’, ‘여인의 향기’ 등 영화 속 명곡들을 선보이며, 이후 회차에서는 봄의 정취와 감성적 선율이 어우러진 클래식과 재즈 넘버로 무대를 채운다.

롯데콘서트홀의 ‘마티네 시리즈’는 본래 클래식 입문자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기획된 바 있다. 대니 구는 여기에 ‘플레이리스트’라는 개념을 더했다. “음악을 공부하지 않아도, 해설을 몰라도, 그냥 듣는 순간 즐길 수 있는 공연”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그의 손끝에서 클래식은 우리의 하루에 스며드는 일상의 배경음악이 된다.

대니 구의 행보가 돋보이는 이유는 그가 ‘클래식의 형식’이 아니라 ‘클래식의 마음’을 전하려 한다는 점이다. 그는 화려한 무대보다 사람들의 일상에 클래식이 흘러들기를 바란다. ’2025 롯콘 마티네 대니 구의 플레이리스트’는 실험의 또 다른 장이다. 아침의 빛 속에서 펼쳐질 그의 바이올린 선율은 클래식을 향한 문을 조금 더 넓히는 한 걸음이 될 것이다.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ppbn0101@newstimes.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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