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에서 만난 ‘히타이트’

권수빈 기자 / 기사승인 : 2025-02-06 14: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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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국립김해박물관이 지난해 10월 8일부터 올해 2월 2일까지 연 특별전 ‘히타이트’에 약 3만7000여 명의 관람객이 다녀가며 개관 이래 최다 관람 기록을 세웠다. 수도권이 아닌 지방 박물관에서 열린 전시가 이런 기록을 남긴 건 그 자체로 문화외교의 성공적인 사례다.

 

사진=김해시

‘히타이트(Hittite)’는 기원전 17세기부터 12세기까지 지금의 튀르키예 중부 아나톨리아 지역을 중심으로 번성한 고대 제국이다. 세계 최초로 철을 제련하고 무기화한 문명으로, 이들의 기술력은 고대 근동의 세력 균형을 바꾸어 놨다. 쐐기문자를 사용한 기록 문화, 조약과 법전의 정비, 신과 인간이 공존하는 종교 세계관 등으로도 인류 문명사에서 중요한 족적을 남겼다.

이번 전시는 히타이트 문명을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한 자리였다. 특별전에는 튀르키예의 초룸박물관, 보아즈쾨이박물관, 알라자회위크박물관에서 대여한 유물 212점이 전시됐다.
이 유물들은 히타이트 제국의 정치, 종교, 군사, 예술을 아우르는 핵심적인 자료들이다.

관람객들은 전시장 입구에서부터 점토판에 새겨진 쐐기문자, 청동검과 투구, 의례용 토기, 신성한 문양의 도장 등을 마주하며 고대의 시간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특히 세계 최초로 공개된 ‘니산테페 챔버2’ 상형문자 탁본 작품은 관람객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이는 히타이트 제국의 수도였던 하튜샤(Hattusha) 유적지의 비문을 실제 크기로 재현한 것으로, 현지 정부의 공식 허가를 받아 제작된 만큼 전시의 중심축이 되었다.

특별전이 가야고분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1주년을 기념해 기획된 만큼 ‘고대 금속문화의 교류’라는 맥락에서 가야와 히타이트의 문명적 연결고리를 탐색하는 시도였다. 철을 매개로 한 문명의 확산과 변형, 그 안에서 나타난 인간의 기술과 신앙의 유사성은
동서 문명 간의 거리를 좁혀보는 실험이기도 했다.

전시의 또 다른 의미는 문화외교의 성공적인 모델이라는 점이다. 김해시는 이번 특별전을 계기로 튀르키예 초룸시와의 교류를 ‘우호도시’에서 ‘자매도시’로 격상했다. 전시를 공동으로 주최한 튀르키예 문화관광부 또한 한국과의 교류 확대를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했다. ‘히타이트 특별전’은 수도권 중심의 국제전시 구조를 깨뜨리며 지방도시 간의 직접적 문화교류가 가능하다는 선례를 남겼다. 김해시와 국립김해박물관은 “이번 전시가 지역의 국제적 문화 역량을 증명한 계기”라고 평가했다.

오는 3월 8일부터는 서울 한성백제박물관에서 전시가 이어진다.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ppbn0101@newstimes.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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