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의 수도 경주에서 고려의 비색을 만나다

권수빈 기자 / 기사승인 : 2025-05-02 14: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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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오는 5월 3일부터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리는 특별전 ‘푸른 세상을 빚다, 고려 상형청자’는 생명력 넘치는 고려의 조형미를 한자리에 모은 자리다. 총 97건의 유물이 전시되며 그중 국보와 보물 다수를 포함한다. 고려 공예의 절정기였던 12세기의 미감과 기술을 보여주는 귀한 기회로 평가된다.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상형청자’란 사람이나 동물, 식물, 사물 등의 형상을 본떠 만든 청자를 뜻한다. 기원과 상징, 미적 장식의 의미를 함께 담은 공예품이다. 고려인들은 유교적 예(禮), 불교적 신앙, 도교적 이상이 혼재된 세계관 속에서 ‘만물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는 자연관을 품었다. 이러한 정신은 사자, 원앙, 오리, 연꽃, 복숭아 등 생명과 길상의 상징으로 표현됐다. 즉 상형청자는 당대의 종교적 신념과 철학적 사유가 담긴 도자 예술이었다.

상형청자를 돋보이게 하는 또 하나의 요소는 바로 비색(翡色)이다. 옅은 푸른빛이 감도는 고려청자의 색은 유약의 성분과 가마의 산화·환원 과정이 만들어낸 우연이자 의도된 조화였다. 국립경주박물관 관계자는 “비색은 고려인의 심미안이 집약된 결과”라며 “청자의 표면에 스며든 푸른빛은 시대의 정신적 품격을 상징한다”고 설명한다.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전시는 크게 세 개의 부로 구성된다. 핵심은 3부 ‘생명력 넘치는 형상들’, 즉 상상의 동물과 현실의 생물을 모티프로 한 상형청자다. 이곳에서 국보 ‘청자 어룡형 주자’, 사자형 향로, 원앙형 향로 뚜껑 등이 공개된다. 특히 사자형 향로는 고려의 대표 명품으로, 송나라에서도 극찬을 받았다는 전설적인 작품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국보와 태안 대섬 앞바다에서 발굴된 보물 향로를 비교 전시해 당시 조형 감각의 변주를 직접 체감할 수 있다. 경주 지역 출토품도 함께 선보인다. 구황동 원지의 오리 모양 잔, 월지의 사자 모양 향로 뚜껑 등은 고려의 상형 전통이 신라의 조형 감각 위에서 이어졌음을 보여주는 단서다.

국립경주박물관의 윤상덕 관장은 이번 전시에 대해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에서 고려의 비색을 만나는 일은 한국 미술사의 연속성을 조망하는 뜻깊은 자리”라고 말했다. 고려 공예의 기술적 절정과 예술적 감성을 경주라는 공간에서 다시 읽어내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전시는 오는 8월 24일까지 국립경주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ppbn0101@newstimes.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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