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국립극장 전속단체 국립창극단이 오는 11월 21일부터 29일까지 달오름극장에서 선보이는 창극 ‘이날치傳’은 조선 후기 대표 8명창 중 한 명인 이경숙, 일명 ‘날치’의 삶을 그린 창작 창극이다. 2024년 초연 당시 전통 판소리와 다양한 전통연희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무대로 호평을 받으며 객석점유율 99%를 기록했으며, 약 1년 만에 관객과 다시 만나는 이번 재공연은 초연의 구성과 흐름을 유지하면서도 일부 장면을 보완, 보다 밀도 있는 서사와 완성도를 갖춘 무대를 예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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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국립극장 |
이날치, 줄 위에서 운명을 연 예인
이경숙은 전라남도 담양 출신으로 양반집 머슴에서 출발해 줄광대와 명창의 길을 거쳐 조선 후기 대표 명창으로 성장한 인물이다. ‘날치’라는 별명은 줄 위를 날렵하게 오르내리는 솜씨에서 비롯되었지만 그의 삶 전체를 상징하는 이름이기도 하다. 온갖 수모를 견디며 귀동냥으로 소리를 익히고 스스로 운명을 개척한 그는 신분의 한계를 넘어선 주체적 예인의 표상으로 오늘날에도 깊은 울림을 준다.
극본을 맡은 윤석미 작가는 역사 속 단편적 기록에 상상력을 더해 팩션(faction) 형식으로 서사를 써내렸다. 모차르트처럼 특정 권력에 속하지 않고 주체적으로 예술활동을 한 예인상을 이날치에 투영했으며, ‘어릿광대’ 캐릭터를 삽입해 당시 사회 부조리와 위선을 풍자하는 장치를 더했다. 또 ‘달톡’ 같은 유쾌한 상상력을 결합해 극적 재미를 한층 살렸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 긴장감 넘치는 줄타기
이번 공연의 핵심은 전통예술의 정수를 한 무대에서 체험하는 ‘신명나는 놀이판’이다. 연출을 맡은 정종임은 판소리뿐 아니라 남사당패 풍물놀이, 재담, 고법, 줄타기, 탈춤 등 다양한 전통연희를 결합, 판소리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무대를 구현했다. 특히 이날치의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줄타기 ‘살판’ 장면은 목숨을 걸고 오르는 마지막 무대로, 극적 클라이맥스이자 이날치의 주체적 삶을 압축적으로 담아낸 하이라이트다.
음악 측면에서도 전통과 현대의 조화가 돋보인다. 윤진철 명창은 조선 후기 명창들의 더늠을 바탕으로 고제 판소리의 절제된 감정과 개성을 소리에 녹였으며, 손다혜 작곡가는 가야금·거문고·대금 등 국악기와 신시사이저, 어쿠스틱 기타를 절묘하게 결합해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특히 ‘통인청 대사습놀이’ 장면은 현대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힙합의 랩 배틀을 연상시키는 긴장감과 속도감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재공연을 기다리며
2024년 초연 당시 ‘이날치傳’은 전통 판소리의 깊이와 다양한 전통연희의 조화, 국립창극단 단원들의 탄탄한 소리 기량으로 호평을 받았다. 비평가들은 “전통의 장르적 경계를 확장하며,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신명나는 무대”라고 평가했으며 관객석 점유율 99%라는 기록으로 이어졌다. 이번 재공연에서는 초연의 강점을 유지하면서도 일부 장면을 보완해 보다 완성도 높은 서사를 선보일 예정이다.
지역 공연으로 확장되는 ‘이날치傳’
국립창극단은 ‘2025 찾아가는 국립극장’ 사업의 일환으로 서울 공연에 앞서 거제문화예술회관(11월 6일), 평택남부문화예술회관(11월 13~14일)에서도 공연을 진행, 지역 관객과의 소통을 이어간다. 전통 예술의 생생한 현장을 전국 관객에게 확장하려는 시도다.
줄 위의 삶, 예술과 주체성의 향연
‘이날치傳’은 조선 후기 한 예인의 파란만장한 삶을 줄타기와 판소리, 전통연희로 풀어낸 창극이다. 줄 위에서 운명을 개척한 이날치의 이야기를 보며 관객은 삶의 주체성과 예술적 열정을 함께 체감할 수 있다. 이번 재공연은 전통예술과 현대적 감각의 절묘한 조화를 경험할 수 있는 놓칠 수 없는 무대다.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ppbn0101@newstimes.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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