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도시의 일상은 끊임없는 소리의 층위로 구성돼 있다. 그 소리의 파도 속에서 ‘고요’를 되찾아주는 기술이 바로 노이즈 캔슬링(Noise Cancelling)이다. 이제는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넘어 자동차, 항공기, 심지어 건축 공간의 설계에도 응용되는 이 기술은 단순한 청각적 편의가 아니라 집중력과 인지 능력의 향상이라는 새로운 차원의 의미로 확장되고 있다.
노이즈 캔슬링은 단순히 외부 소리를 ‘차단’하는 기술이 아니다.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ANC)’은 소음과 정반대 위상의 음파를 생성해 두 소리가 만나 서로 상쇄되도록 만든다. 쉽게 말해 ‘소리로 소음을 없애는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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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삼성서울병원 |
이 원리는 1930년대 항공기 엔진의 소음을 줄이기 위한 연구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미세한 마이크로센서와 칩셋, 알고리즘 기술이 급격히 발전한 21세기에 이르러서야 일반 소비자가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정교한 형태로 구현됐다.
최근 삼성서울병원과 한국교통대 공동 연구진은 이 기술이 뇌의 인지적 에너지 분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에 따르면 노이즈 캔슬링을 활성화한 상태에서는 전전두엽(집중력과 판단을 담당하는 영역)의 혈중 산소 헤모글로빈 농도가 낮아졌다. 이는 불필요한 청각 정보 처리에 쓰이던 에너지가 줄어들고, 과제 수행에 필요한 뇌 영역으로 에너지가 재분배된 결과로 해석된다.
하지만 고요함에는 대가가 따른다. 전문가들은 장시간 노이즈 캔슬링 기기 사용이 오히려 청각 피로를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장시간 ‘소리 없는 환경’에 노출되면 귀는 민감도를 높이려는 보상 작용을 일으킨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오히려 약한 소음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청각 과민증(hyperacusis) 증상이 생길 수 있다. 밀폐형 헤드폰이나 이어버드 형태의 ANC 기기는 외이도 내 공기압을 변화시켜 귀 안의 먹먹함을 유발한다. 일부 사용자는 이를 비행기 이륙 시의 귀 막힘과 비슷한 불쾌감으로 느낀다. 외부 소리를 완전히 차단하는 ‘완전 몰입형 모드’는 보행 중, 자전거 이용 시 위험하다. 특히 도시 환경에서는 경적, 방송, 경고음 등 생존 신호가 들리지 않아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문화심리학자들은 “ANC 기기는 현대인의 ‘감각적 고립’을 심화시킨다”고 지적한다. 사람의 존재를 소리로 인식하던 일상이 사라지면서 사회적 단절감이나 내면적 고립이 깊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노이즈 캔슬링은 분명 21세기형 감각 기술의 진화다. 그러나 그 본질은 ‘소리를 없애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소리에 더 잘 집중하기 위한 도구’라는 데 있다. 필요한 소리만 남기고, 불필요한 소음을 덜어내는 것은 기술의 문제이자 궁극적으로는 우리의 삶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이다.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ppbn0101@newstimes.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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