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혹적 보석…빛과 권력 그리고 욕망

권수빈 기자 / 기사승인 : 2025-03-07 17:2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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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롯데뮤지엄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고대의 왕은 신에게 바치기 위해 보석을 세공했고, 중세의 제후는 권위를 증명하려 티아라를 올렸다. 르네상스의 예술가들은 빛나는 물질 위에 신의 형상을 새겨 넣었다. 보석은 언제나 인간의 욕망과 믿음이 가장 정제된 형태로 드러나는 지점이었다.

 

서울 잠실 롯데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전 ‘보석의 예술: 고혹의 보석, 매혹의 시간’은 인간의 욕망의 역사를 한자리에 불러 모은다. 세계적인 수집가 카즈미 아리카와(Kazumi Arikawa)의 소장품 208점이 전시를 통해 공개됐다. 그는 40여 년 전 런던 빅토리아앤앨버트(V&A) 박물관에서 “보석이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은 뒤 고대에서 20세기 중반까지 이어지는 보석들을 모아왔다. 현재 약 500점의 보석 예술품을 소장한 세계적 컬렉터로, 이번 전시는 그 중 가장 정수(精髓)를 모은 것이다.

전시의 압권은 르네상스 시대 거장 발레리오 벨리(Valerio Belli)의 ‘그리스도와 전도사의 십자가’다. ‘보석 조각의 라파엘로’라 불린 벨리의 걸작으로, 현존하는 세 점 중 하나이며 교황 레오 10세의 의뢰로 제작된 작품이다. 십자가의 중심에는 예수의 수난이, 끝단에는 복음서 기자 4인의 초상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다. 십자가 속에는 ‘성 십자가(Ture Cross)’의 나뭇조각까지 봉인돼 있어 신앙의 상징으로도 존재한다.
 

사진=롯데뮤지엄
사진=롯데뮤지엄

그 외에도 신성로마제국 프리드리히 3세의 인장반지, 러시아 예카테리나 2세의 에메랄드 펜던트, 조세핀 황후의 귀걸이, 빅토리아 여왕의 대관식 귀걸이, 뷔르템베르크 왕가의 핑크 토파즈 파뤼르 세트 등은 한 시대를 대표하기도 한다.

전시 공간 역시 보석처럼 정제됐다. 건축가 구마 겐고가 설계한 어둠 속 전시장에는 조명 하나하나가 ‘빛의 예배’를 연출한다. 관객은 그림자 속에서 찬란히 빛나는 보석들과 마주하며 인간이 빛을 갈망해 온 수천 년의 시간을 체험할 수 있다.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ppbn0101@newstimes.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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