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학교를 살린 9인 가족, 보령 원산도에 새 희망을 심다

우도헌 기자 우도헌 기자 / 기사승인 : 2025-02-03 14:2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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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임스 = 우도헌 기자] 충남 보령시 오천면 원산도에 최근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전역을 앞둔 고태진(42) 씨 부부와 일곱 남매까지 아홉 식구가 한꺼번에 이사 오면서 원산도 광명초등학교의 명맥이 이어지게 된 것이다.


이들은 강원도 등지에서 군 생활을 마치고 제2의 인생을 찾던 중 아이들의 학교를 중심으로 삶의 터전을 새로 잡기로 했다. 아이 셋이 이미 광명초에 전학했고, 여섯째는 신입생으로 입학할 예정이다. 단 네 명의 새 학생이 늘었을 뿐이지만 변화는 크다. 광명초는 더 이상 ‘신입생 0명’으로 분교 전환 대상이 되는 위기를 넘겼다.
 

사진=보령시

2021년 1,100명이 넘던 원산도 인구는 2024년에 1,017명으로 줄었다. 학생은 줄고, 교사는 남았다. 이제 학생 수가 교직원보다 적은 학교도 드물지 않다. 광명초는 원산도에 남은 유일한 학교다. 이미 효자초, 원산중, 원의중이 문을 닫았다. 전국적으로도 이런 사정은 다르지 않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지방의 초·중·고교 300여 곳이 폐교됐다. 농촌 지역의 학령인구 감소는 ‘인구 절벽’이라는 통계 속에서 가장 먼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그렇기에 한 명의 입학생, 한 가족의 전입이 가진 의미는 크다. 보령 광명초의 경우, 통합총동문회가 전입·입학 축하금과 장학금으로 지난해만 약 3000만 원을 모았다. 고태진 씨 가족에게도 전학생 3명과 신입생 1명에게 각각 300만 원의 축하금 그리고 이사 지원금 300만 원이 지급됐다.

고태진 씨 부부가 전입을 결심한 이유는 ‘광명초의 교육 철학’이었다. “자연과 함께 배우는 교육, 공동체 속에서 성장하는 교육”이라는 철학이 7남매를 키우는 부모로서 그의 신념과 닿아 있었다.

비슷한 사례는 곳곳에 있다. 경북 의성군은 신입생 1명당 최대 1,000만 원의 전입 장려금, 제주 표선초등학교는 신입생 가족에게 공공임대주택 우선 입주권, 전남 곡성군은 학비·급식비 전액 면제 및 농지 제공 등 각종 혜택을 내세우고 있다.

작은 학교의 문제는 학생 수나 행정 조정의 차원을 넘어섰다. 아이 한 명의 전입은 숫자가 아니라 지역의 삶과 문화를 이어가는 일이다. 교육은 행정의 영역 이상으로 지역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지탱하는 문화의 한 축이 되고 있다.

뉴스타임스 / 우도헌 기자 trzz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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