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6월, 평택이 처음으로 실내악의 선율에 물든다. 평택시문화재단이 주최하는 ‘2025 평택 실내악 축제(Pyeongtaek Chamber Music Festival, PCMF)’가 6월 13일부터 21일까지 총 4일간 평택 남부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다.
바이올리니스트이자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김현미 음악감독의 지휘 아래 국내외 정상급 연주자 40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평택이 음악 도시로 한걸음 도약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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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평택시문화재단 |
평택의 첫 실내악 축제, 지역 문화의 새 지평‘평택 실내악 축제’는 올해 처음 개최되는 신생 음악제다. 수도권 남부 지역에서는 보기 드물게 국제 규모의 클래식 축제를 표방한다. 평택시문화재단은 “시민이 일상에서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이번 축제의 의의를 밝혔다.
무대에는 김현미를 비롯해 이경선, 최은식, 이강호, 홍혜란 등 국내 대표 연주자들이 총출동한다. 세대와 악기를 초월한 협연 무대가 마련되며, 국내 초연인 핀란드 작곡가 오리 머스토넨(Olli Mustonen)의 9중주가 특별히 눈길을 끈다. 피아졸라의 탱고, 라벨과 드보르자크의 낭만주의 명곡, 마림바와 하프, 클래식 기타까지 실내악의 확장 가능성을 탐구하는 무대다.
음악의 본질로 돌아가는 예술
‘실내악(Chamber Music)’은 본래 궁정이나 귀족의 ‘방 안(Chamber)’에서 연주되던 소규모 앙상블 음악을 뜻한다. 오케스트라처럼 대규모 편성이 아닌, 2~9명의 연주자가 각자의 파트를 독립적으로 연주하며, 음악적 대화와 균형을 중시한다.
피아노 트리오, 현악 4중주, 목관 5중주처럼 한 악기 한 연주자가 맡는 형식은 마치 인물 간의 대화처럼 긴밀하다. 그래서 실내악은 ‘작은 음악의 방’이지만 동시에 음악의 가장 순수한 형태로 여겨진다. 화려한 무대보다 섬세한 호흡이 중심이 되는 장르이기에 연주자와 청중 모두에게 ‘음악의 본질’을 마주하는 시간이다.
실내악 축제가 가진 도시적 의미
오케스트라 중심의 대형 콘서트가 일회적 감동이라면 실내악은 도시의 문화 감수성을 천천히 쌓아 올리는 과정이다. 연주자와 청중이 가까운 거리에서 교감하고, 음악이 사람 사이의 관계를 잇는 힘을 회복하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실내악은 지역 예술 생태계의 토대를 만드는 장르이기도 하다. 대규모 예산이 필요한 교향악 축제와 달리 지속 가능한 공연 인프라 구축이 가능하며 지역 예술가들이 협업을 통해 새로운 시도를 이어갈 수 있다. 이번 축제가 ‘단 한 번의 행사’가 아니라 평택이 클래식 중심지로 성장하는 장기 프로젝트의 출발점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프로그램으로 본 ‘소리의 여정’
4일간의 공연은 각각 하나의 서사를 품고 구성됐다. 첫 날, 열정의 서곡(Prelude to Passion)에서는 라벨과 드보르자크의 낭만주의 명작으로 문을 연다. 둘째 날, 풍요의 여정(Journey to Enrichment)에서는 피아졸라의 탱고 리듬과 머스토넨의 국내 초연 9중주가 중심이 된다. 셋째 날, 선율의 마법(Magic of Melody)에서는 베토벤, 모차르트의 고전과 마림바 솔로로 선율의 다양성을 탐구한다. 넷째 날, 축제의 메아리(Echoes of Celebration)에서는 슐호프, 스벤센 등의 대규모 앙상블로 피날레를 장식한다.
각 공연은 고유한 주제와 해석으로 관객에게 클래식의 문턱을 낮추는 동시에 감정의 밀도를 높이는 시간을 선사한다.
소리로 기억되는 도시, 평택의 도전
‘실내악’은 화려한 무대보다 섬세한 울림이 중심이 되는 예술이다. 평택 실내악 축제는 지역이 예술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화려한 이름의 축제보다, 지역의 예술적 인프라를 촘촘히 다지는 행사가 진짜 ‘문화도시’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무대 위의 현악기와 관악기가 대화를 나누는 그 순간, 평택이라는 도시도 음악과 함께 ‘하모니’의 도시로 기억될 것이다.
뉴스타임스 / 권수빈 기자 ppbn0101@newstimes.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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