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당항 새조개 축제의 조기 폐막, 기후가 바꾼 풍경

우도헌 기자 우도헌 기자 / 기사승인 : 2025-02-26 14: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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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임스 = 우도헌 기자] 충남 홍성 남당항의 겨울은 늘 새조개의 계절이었다. 살이 투명하게 빛나고 단맛이 은은한 남당항 새조개는 해마다 수많은 미식가들을 항구로 불러모았다.


2004년 처음 막을 올린 ‘홍성 남당항 새조개 축제’는 20년 넘게 지역의 대표 겨울 축제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올해에는 축제가 어느 때보다 빨리 멎었다. ‘제22회 홍성 남당항 새조개와 함께하는 수산물 축제’가 당초 지난 7일부터 4월 7일까지 두 달간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개막 21일 만인 2월 28일 조기 폐막을 결정했다.
 

사진=홍성군

올해 가장 큰 변화는 축제의 명칭부터 시작됐다. 기존의 ‘새조개 축제’가 아닌 ‘새조개와 함께하는 수산물 축제’로 이름이 바뀐 것이다. 배경에는 지난해 여름의 극심한 폭염이 있었다. 홍성군에 따르면 남당항 일대에서 생산되는 새조개의 60% 이상이 집단 폐사했다.
바다의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면서 조개 서식 환경이 무너졌고, 새조개 어획량이 전년 대비 절반 이하로 줄었다. 축제위원회는 축제의 지속을 위해 새조개뿐 아니라 굴, 광어, 대하 등 다양한 수산물을 함께 선보이는 수산물 축제로 기획 방향을 바꿨다.

올해 축제에서 판매된 새조개 물량은 10톤 규모로 지난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물량 부족은 곧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껍질을 벗긴 새조개의 포장 가격은 1㎏당 12만 원, 식당 가격은 14만 원까지 올랐다. 이는 지난해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수치였다.

가격이 비싸도 찾는 이들은 있었다. 축제 첫 주에는 새조개를 맛보기 위해 인파가 몰렸고, 준비된 물량이 빠르게 소진됐다. 그러나 생산량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축제는 남았는데, 조개가 없다”는 상황이 벌어졌다. 결국 주최 측은 남은 일정에 공급할 새조개를 확보하지 못해 조기 폐막을 결정했다.

홍성군과 남당항 축제추진위원회는 조기 종료를 “불가피한 결정”이라 설명했다. 김용태 위원장은 “자연의 변수 앞에서 인간의 준비는 늘 부족하다”며 “내년에는 풍성한 물량으로 다시 찾아뵙겠다”고 밝혔다.

지역 상인들과 어민들에게는 이번 축제가 아픈 경험으로 남았다. 축제가 한겨울 지역 경제를 지탱하는 주요한 수입원이기 때문이다. 새조개 어획량 급감은 곧 어민의 생계에 영향을 미쳤고, 축제의 조기 종료는 상권 전체에 냉기를 남겼다. 새조개 양식 기술 개발, 생태 복원, 계절별 수산물 다변화 등 기후 적응형 어촌 정책이 앞으로의 축제에 병행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뉴스타임스 / 우도헌 기자 trzz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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