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인의 절반은 말기 환자가 의사에게 도움을 요청해 삶을 마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고 있으나, 조력 자살 법적 승인 속도는 여론의 지지 속도를 앞지르고 있다.
릴리전 언플러그드(Religion Unplugged)가 전한 라이프웨이 리서치(Lifeway Research)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 51%는 통증이 극심한 말기 질환 환자가 의사에게 생을 마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용인될 수 있다고 응답했다.
라이프웨이 리서치의 사무총장 스콧 맥코넬(Scott McConnell)은 “미국인의 절반은 죽음에 이르러서도 편안함을 선택할 수 있기를 원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의사 조력 자살의 도덕성을 깊이 고민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단 5명 중 1명만이 이런 선택이 도덕적으로 옳다고 강하게 동의했으며, 다른 이들은 확신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릴리전 언플러그드에 따르면, 오리건주는 1997년 존엄사(Death with Dignity) 법을 통과시켜 의사 조력 자살을 미국에서 처음으로 허용했다. 현재 이 제도는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델라웨어, 워싱턴 D.C., 하와이, 몬태나, 메인, 뉴저지, 뉴멕시코, 오리건, 버몬트, 워싱턴 등 12개 지역에서 합법이다.
라이프웨이 리서치에 따르면, 미국인 51%가 의사 조력 자살의 도덕성에 동의했지만, ‘강하게 동의한다’는 응답은 21%에 불과했다. 반대는 32%, 확신하지 못한다는 응답은 17%였다.
2016년 같은 기관 조사에서는 67%가 도덕적으로 허용된다고 답했고, 33%가 반대했다. 당시에는 ’잘 모르겠다’라는 선택지가 없었다. 또한 2021년 조사에서는 미국인의 77%가 자살을 ‘사회적 유행병(epidemic)’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자살자의 도덕성이나 영원한 운명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응답자 중 38%만이 ‘자살자는 이기적’이라고 답했으며, 23%만이 ‘자살자는 당연히 지옥에 간다’고 믿었다.
맥코넬은 “미국인들은 도덕성을 다양한 기준으로 판단한다”며 “성경의 가르침을 권위로 삼는 이들은 의사 조력 자살을 가장 부정적으로 본다. 그들은 하나님이 생명을 불어넣으시고 죽음의 열쇠를 쥐고 계시다는 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최근 갤럽(Gallup) 조사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릴리전 언플러그드에 따르면, 53%가 의사 조력 자살이 ‘도덕적으로 허용된다’고 보았고, 40%는 ‘도덕적으로 잘못됐다’고 답해, 2001년 갤럽이 처음 질문한 이래 지지는 줄곧 50% 안팎을 유지해 왔다.
가장 최근 라이프웨이 조사에서는, 가장 젊은 층과 가장 나이 많은 층이 의사 조력 자살에 가장 긍정적이었다. 18-34세 성인 56%, 65세 이상은 54%가 도덕적으로 수용 가능하다고 답했으며,
50-64세는 45%였다. 남성(54%)이 여성(49%)보다 더 동의했으며, 서부(57%)가 남부(49%)보다 지지율이 높았다. 이는 서부에서 합법화된 주가 많고, 남부에는 전혀 없다는 현실을 반영한다고 릴리전 언플러그드는 덧붙였다.
종교적 배경 역시 태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종교적 소속이 없는 응답자(이하 무종교)의 63%, 가톨릭은 59%가 지지했지만, 개신교와 비(非) 기독교 종교인은 각각 42%에 그쳤다. 복음주의 신앙을 뚜렷하게 가진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지지율이 낮았다(40% vs. 55%).
교회 출석 여부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일정한 패턴은 없었다. 일주일에 여러 번 출석하는 성인(58%)과 거의 출석하지 않는 성인(58%)이 오히려 더 많이 지지했으며, 주 1회 정도 출석하는 사람(40%), 한 달에 한두 번이나 명절만 출석하는 사람(44%)보다 높았다.
미국인 과반(55%)은 의사의 도움이 허용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이 중 25%는 강하게 동의했다. 반대는 31%, 확신하지 못한다는 응답은 14%였다.
맥코넬은 “의사 조력 자살에는 두 당사자가 도덕적 질문 앞에 놓인다. 자신의 생명을 끝내려는 환자와 그를 돕는 의사다. 미국인 과반은 자신의 생을 끝내는 것을 도덕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고 보지만, 그보다 조금 더 많은 이들이 의사가 돕는 것은 허용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여기서도 남성(58%)이 여성(52%)보다 동의 비율이 높았으며, 서부(58%)가 남부(51%)보다 높았다. 종교적으로는 무종교인(65%)과 가톨릭(61%)이 개신교(49%)나 비기독교 종교인(43%)보다 긍정적이었다. 복음주의 신앙을 가진 이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지지율이 낮았다(39% vs. 60%).
예배 출석 빈도도 영향을 미쳤다. 종교 예배에 덜 참석하는 것과 의사의 도움을 지지한다는 것과 관련성이 높았다. 예배에 거의 혹은 전혀 출석하지 않는 사람(60%), 한 달에 한두 번이나 명절에만 출석하는 사람(55%)은 주 1회 출석하는 사람(45%)보다 더 지지했다. 거의 출석하지 않는 이들은 반대율도 가장 낮았다(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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